9개의 포스트

짝사랑 조각 사유
조유리 최예나

햇빛이 감은 눈꺼풀을 쨍쨍 때린다. 유리는 눈을 떴다. 어김없이 최예나와 시선이 마주친다. 더 자. 입술 달싹이며 하는 말을 고분히 따랐다. 사부작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늘이 졌다. 다시 얇게 뜬 눈앞에는 최예나 손바닥이 있다. 안 가려줘도 돼요. 유리는 하려던 말을 삼켜내고 팔에 얼굴을 묻었다. 책상에 부딪친 숨이 섬유...

권태기 매뉴얼
장원영 김채원

1. 지금 장원영은 한참 갤러리 정리 중이다. 잘 다듬은 손톱이 휴대폰 화면에 틱틱 부딪쳤다. 몇 블록 떨어져 있는 대학가에서 어김없이 술주정이며 빵빵대는 자동차 소음이 날아들었다. 근데 그런건 지금 장원영 안중에 침범할 리 없고, 손톱과 액정 사이 틱틱대는 소리 그리고 간헐적인 카톡 알림 소리만 신경을 자극했다. [워녕...

오컬트 下
기억해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어

9. 5년 전 있었던 사고 직후 90번 빌딩에 있던 부서들은 타지역 곳곳으로 이전되었다. 겨우 살아남았던 연구원들을 배려하는 목적이라 소개됐지만 그건 보기 좋은 허울일 뿐이라는 걸 유진은 알았다. 89번 빌딩보다는 규모 큰 실험들이 잦았었거든. 괜히 부서 쪼개서 넓고 환경 좋은 데로 건물 옮기기만 한 거야. 정작 생존한 ...

오컬트 中
너와 함께한 모든 꿈을

꿈은 왜 꾸는 걸까요? 꿈의 필요성이 뭘까요? 우리는 꿈의 특성을 모두 정리할 수 있나요? 지난 수세기동안 꿈의 비밀을 파헤치려 노력해왔지만, 그 누구도 복잡한 인간과 꿈의 관계성에 대해 밝혀내지 못했죠. 본질을 모르는 상태에서 꿈은 점점 사기와 오락의 수단으로 변질되어갑니다. 누구나 가질 수 있기에 제한하기 힘들고, 과...

오컬트 上
지금은 2407년입니다

0. 조유리는 파란색이 싫었다. 89번 빌딩 지하 3층 벙커는 온통 푸른색 홀로그램으로 가득했다. 동그랗게 둘러진 복도를 따라서는 파리한 빛을 비추는 케이스들이 죽 늘어서있었다. 딱 사람 몸 만한 케이스 앞쪽에는 투명한 창이 자리했고 그 너머로 실험체들의 얼굴이 보였다. 창백한 낯들은 모두 눈을 꾹 감은 채라 언뜻보면 시...

습관적 손잡기
조유리 최예나

사과대 핵인싸 최예나 이름 모르는 사람 없었다. 누가 최예나 걔 있잖아...하면 누구든 단박에 알아채는 말들을 갖다붙였다. 아 최예나 걔 언제더라 옆테이블에서 숟가락 들고 남행열차 부르던 걔. 맥주 김 나간다면서 숟가락 꽂아주던 그 선배요. 그 하얗고 암튼...걔. 딱히 여기저기 휘젓고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다. 최예나는...

버블'ㅁ'
조유리 김민주

몇시간째 누워만 있었다. 등부터 허리까지가 죄 뻐근했다. 팔도 좀 아팠다. 고작 휴대폰 들고 넷플릭스 틱틱거린 게 다였는데. 김민주가 너도 넷플 같이 하자길래 하긴 했는데 막상 안에 볼 게 별로 없는 것 같았다. 시작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본 영화가 없었다. 앞에 조금 보다 관둔 것들 뿐이었다. 그러다 다...

신이 우릴 사랑한다면
조유리 최예나

내용 중 특정 종교 다 허구입니다 1 그 작은 마을에 발붙일 곳이 어딨다고 주민이 100명 좀 안 됐다. 마을은 얼핏 보면 강을 가로막은 둑 하나와 뒷산 사이에 낀 아늑한 모양새였다. 둑 바로 밑으로 길게 뻗어있는 2차선 도로를 건너 몇백년 됐다는 나무 하나를 지나치면 띄엄띄엄 놓여있는 집들이랑 논밭. 누가봐도 시골 그 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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